df2021m117.hwp 제36권1집
대체복무제 사건
<헌재 2024. 5. 30. 2021헌마117등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등>
이 사건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②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한 같은 법 제21조 제2항, ③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가 대체복무요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대체역법’이라 한다)에 따른 대체역 편입신청이 인용되어,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된 후 심판청구 당시 교정시설 내 생활관에서 합숙하며 복무하고 있었다.
청구인들은 대체복무요원이 복무하는 기간, 방식, 기관에 관하여 규정한 대체역법 제18조 제1항, 제21조 제2항, 대체역법 시행령 제18조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체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제1항(이하 ‘기간조항’이라 한다), 제21조 제2항(이하 ‘합숙조항’이라 한다), 대체역법 시행령(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로 제정된 것) 제18조(이하 ‘복무기관조항’이라 하고, 기간조항, 합숙조항과 함께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①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로 한다.
제21조(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및 보수 등) ② 대체복무요원은 합숙하여 복무한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로 제정된 것)
제18조(대체복무기관) 법 제16조 제1항에서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이란 다음 각 호의 기관을 말한다.
1. 교도소
2. 구치소
3. 교도소?구치소의 지소(支所)
【결정의 주요내용】
○ 쟁점의 정리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복무기관조항,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한 기간조항,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한 합숙조항이, 대체복무요원에게 과도한 복무 부담을 주고 대체역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이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법률에서 대체역의 복무형태로 규정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폭넓은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다만 다른 종류의 병역 사이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 심판대상조항들의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심판대상조항들은 헌법상 의무인 국방의 의무와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키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2) 수단의 적합성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것은 집총 등 군사훈련이 수반되지 않는 점, 현역병은 원칙적으로 합숙복무를 하는 점, 대체복무요원 외에도 복무기간이 36개월인 병역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들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가) 복무기관조항
대체복무에는 군사적 역무와 관련한 것이 모두 제외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신체등급을 고려하여 복무기관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현역병도 희망하는 병과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할 구체적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복무기관조항은 복무 장소를 교정시설에 국한하였을 뿐, 대체복무요원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사회복지시설, 병원, 응급구조시설, 공공기관 등 다른 기관에서 복무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부여될 수 있는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나) 기간조항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 복무기간보다 어느 정도 길게 하는 것은, 대체역 편입심사의 곤란성 문제를 극복하고 병역기피자의 증가를 막는 수단이 된다. 다만,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다.
병역법상 현역 육군의 복무기간과 비교했을 때 기간조항의 복무기간은 1.5배에 해당한다. 현역병은 사격, 화생방, 각개전투, 완전군장행군 등 군사적 역무를 기본으로 하므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크나큰 수고와 인내력이 요구되고, 각종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다.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시 현역병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나서게 되지만, 대체복무요원은 병력동원이나 전시근로소집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이례적 분단국가로서 남북이 대치하여 정전상태에 있고, 북한의 도발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다) 합숙조항
현역병은 원칙적으로 군부대 안에서 합숙복무를 하고 있는데, 엄격한 기강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요구되는 군인 신분으로 내무생활을 한다. 또한 전투 준비와 훈련을 위하여 사실상 24시간 내내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고, 초병으로서 취침 중간에 각 초소와 부대를 방어하는 역할까지 병행하여야 한다. 한편, 자녀가 있는 현역병에게 출퇴근이 가능한 상근예비역 복무 기회를 준 것은 그 제도의 목적, 수행업무, 군 인력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라) 소결
이와 같은 현역병 복무의 실질적 강도와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한다는 대체복무제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으로 인한 고역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도저히 대체복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4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 대체복무제도의 의의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현역 등의 복무 대신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시키려는 데에 그 헌법적 의의가 있다.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존중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이상 이들이 대체복무를 통하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체복무제도를 정함에 있어 대체복무와 현역복무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그 강도를 과도하게 정하여 대체복무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은, 대체복무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 심판대상조항들의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방법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은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하고 있다. 위 조항들이 상호 결합하였을 때 대체복무요원에게 부과되는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사실상 징벌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면 양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들이 상호 결합하여 발생시키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2) 판단
심판대상조항들은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가) 기간조항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과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지 여부를 심사할 때는 현역병의 병역법상 복무기간이 아닌 실제 복무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복무기간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복무의 내용에 따른 복무의 강도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하고 복무형태는 합숙복무를 강제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강도가 통상의 현역병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정해졌다. 그럼에도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실제 복무기간인 18개월의 2배로 정한 것은 과도하다. 이는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 복무기관조항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의 분야로 소방?보건?의료?방재?구호 등의 업무, 사회복지 관련 업무 등을 예시한 바 있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대체복무를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만으로 한정한 나라는 확인되지 않는다. 복무기관조항은 병역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나 대체복무를 통한 공익에의 기여를 도외시한 것으로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
(다) 합숙조항
대체복무요원은 ‘36개월’간 ‘합숙복무’를 할 것을 강제 받고 있다. 그런데 보충역 중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및 공익법무관은 합숙복무를 하지 않고 있고, 합숙복무가 강제되는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이다. 이로 인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는 모든 병역의 형태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 합숙의 형태로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제한 받는 복무 방식이 되었다. 또한 합숙조항은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합숙복무를 강제하여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게 더욱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일으킨다.
(라) 소결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으로 구성된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병역기피자 증가 억지에 주력한 것으로, 이로 인한 고역의 정도가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 병역부담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설정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대체복무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들은 병역기피자의 증가 억지와 현역병의 박탈감 감소에만 치중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실상 징벌로 기능하는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나고,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3)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