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2002헌가1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별칭 : 양심적 병역거부사건
종국일자 : 2004. 8. 26. /종국결과 : 합헌
D2002K001.hwp
판례집 16-2권 (상)
【사건의 배경】
병역법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경우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청신청인은 현역입영대상자로서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병무청장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제청신청인은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이 종교적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병역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다. 이처럼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요구할 수 없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2.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평화에 대한 이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를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기본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집총병역의무는 도저히 이행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병역기피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이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또, 우리 군의 전체 병력수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집총병역에 종사하는지 여부가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은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의 기간과 부담 등을 고려하여 이와 유사하거나 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회복이 가능하다.
3. 재판관 1인의 별개의견
청구인의 신념은 종교상의 신념이므로, 양심의 자유 외에도 종교의 자유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종교교리의 정당성을 따질 수는 없고 다만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가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한 집총거부를 우리 헌법질서가 수용하기 어렵다. 한편 종교를 바탕에 두지 아니한 양심의 자유가 외부에 표출되면 제한될 수 있고, 제한의 가부는 그 양심이 보편타당성을 갖추었는가에 있다. 그런데 불의의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한 집총을 거부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양심이라 하기 어렵다. 또, 민간대체복무의 검토 등에 관한 다수의견의 권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상 적절치 않다.
4. 재판관 1인의 별개의견
병역거부자가 타인의 병역의무에 편승하여 자기를 보호받을 것까지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일관성 및 보편성을 결한 이율배반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의 보호대상인 양심에 포함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이 없는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권고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