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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항만 명칭 결정 사건
<헌재 2008. 3. 27. 2006헌라1 경상남도 등과 정부 간의 권한쟁의>
이 사건은 경상남도와 경상남도 진해시가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일대에 건설되는 신항만의 명칭을 놓고 해양수산부장관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당사자능력 및 당사자적격이 없고, 해양수산부장관이 이 사건 신항만의 명칭을 ‘신항’으로 결정한 것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적법 각하 결정을 선고하였다.
【사건의 배경】
1. 정부는 21세기를 대비한 동북아 물류중심 항만을 만들기 위하여 1995년에서 2011년까지 경남 진해시 용원동 등 일대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북안 등 일대 도합 507만평에 약 9조 1,542억 원을 들여 항만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바, 새로 건설되는 항만 중 일부는 이미 완공되어 2006. 1. 19. 개장하였다.
2. 새로 건설되는 항만(이하 ‘신항만’이라고 한다)은 국제 컨테이너 중심항(Hub-Port)으로서 그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매립지에 대한 행정구역 획정 및 신항만의 명칭과 관련하여 경상남도와 부산광역시 사이에 분쟁이 예상되었다.
3.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는 이 사건 신항만의 명칭을 놓고 1997년 이후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협의회에서 수차례 타협점을 모색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해양수산부장관은 2005. 12. 19. 그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무역항인 ‘부산항’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고, 신항만의 공식명칭을 ‘신항’(영문명칭: Busan New Port)으로 하기로 결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명칭결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부산항만시설운영세칙 제2조 제1호(부산지방해양수산청 고시 제2005-146호)를 “부산항의 항만구역 중 해상구역은 신항 …… 을 말한다”라고 개정․고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
4. 이에 경상남도와 진해시는 2006. 1. 13. 이 사건 명칭결정 및 고시로 인하여 자신들의 자치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명칭결정 및 고시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정부조직법이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면서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제22조 제15호, 부칙 제6조 제683항), 해양수산부장관의 소관사무는 국토해양부장관에게(부칙 제2조 제1항),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의 소관사무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에게 각 승계되었다(부칙 제3조).(이하에서는 계속해서 변경전의 명칭을 사용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별개의견 1인)으로 이 사건 ‘신항’의 명칭 결정과 관련하여 경상남도 등이 해양수산부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당사자능력 및 적격
피청구인 해양수산부장관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의하여 행정 각부를 구성하는 국가기관으로서 항만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항만구역 내외의 항만시설을 지정·고시할 수 있으며, 그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항만구역의 지정 및 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게 할 수 있는 등 이 사건 명칭결정 권한에 관하여 적절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은 물론 당사자적격도 인정된다.
반면, 피청구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의 명을 받아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자로서 지방에서의 해양수산부장관의 일부 사무를 관장할 뿐, 항만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명의의 이 사건 고시도 해양수산부장관이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을 구 항만법 제71조의 위임에 따라 외부에 알린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사건에서 피청구인으로서의 당사자능력이나 적격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침해될 권한의 존부
가. 지방자치법 제11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없는 국가사무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는 국가종합경제개발계획, 국가하천, 국유림, 국토종합개발계획, 지정항만, 고속국도․일반국도, 국립공원 등 전국적 규모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무(제4호)가 포함되어 있다. 지방자치법이 위와 같은 사무들을 국가사무로 하고 있는 이유는 그 사무들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복리나 주민자치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정항만에 관한 사무도 그것이 소재하는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이와 같이 지정항만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이므로, 국가가 신항만을 지정항만의 하위항만으로 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 항만구역의 명칭을 무엇이라 할 것인지 역시 국가에게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신항만이 21세기를 대비한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을 만들기 위해 설치된 국가목적의 거대 항만인 점과 함께, 국가경쟁력, 국제적 인지도, 항만 이용자들의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피청구인 해양수산부장관은 그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후, 2005. 12. 19. 신항만을 지정항만인 부산항의 하위항만으로 두되, 무역항인 ‘부산항’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항만의 공식명칭을 ‘신항’(영문명칭: Busan New Port)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하여금 이 같은 내용을 고시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에게는 이 사건 신항만에 대한 명칭결정 권한이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명칭결정이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였다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다. 한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신항’의 명칭결정으로 인해 항만구역과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이 상이하여짐에 따라 자신들의 관할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특정 지방자치단체 내에 존재하는 항만구역에 대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변경을 위한 별도의 법령 개정 등이 없는 한(지방자치법 제4조 제1항) 그 관할 주체가 변경되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재판관 1인의 별개의견
이 사건 ‘신항’이라는 명칭은 법적 근거를 가진 지정항만이나 지방항만의 명칭이 아니라 단지 지정항만 내의 내부구역의 명칭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산항 내에서 새로 건설된 이 사건 ‘신항’의 명칭은 부산항의 항만구역을 관리하는 부산항의 관리주체가 내부적,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바, 그 관리주체인 해양수산부장관이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므로 적법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위와 같이 ‘신항’의 명칭 결정은 행정기관 내부의 행위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로 인해 경상남도나 진해시가 어떤 법적 불이익을 받는다고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이 사건 ‘신항’의 명칭 결정은 경상남도나 진해시의 권리 의무나 법률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성조차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사후경과】
이 결정이 선고되자 언론은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진해시 일대에 건설되는 신항만의 명칭 결정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향후 국가시설에 대한 명칭결정 권한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사건 결정의 취지에 따라 해결해야 할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건설되는 국가시설에 대한 명칭결정에 있어서는 국가가 주도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