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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위원 배정에 관한 국회법 사건
<헌재 2008. 3. 27. 2004헌마654 국회법 제34조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정책연구위원을 배정하도록 하고 있는 국회법 제34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2004. 5.경 제17대 국회개원 시 소속국회의원 20인을 확보하지 못하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소수정당이었는바, 2004. 7. 8.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원내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규칙’을 표결 통과시키자, 교섭단체를 구성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정책연구위원을 배정하도록 하고 있는 국회법 제34조와 정책연구위원의 정원 및 그 배정 방법에 대해 정하고 있는 위 규칙 제3조, 제4조가 자신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04. 8.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5 : 2 : 2의 의견으로 이 사건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
국회는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의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그 본연의 권한과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의원들의 의사를 몇 가지의 교집합으로 묶어내고, 이에 대해 다시 토의를 거치면서 점차 하나의 공적 견해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관 및 가치관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의원들을 하나의 교섭단위로 인정하여 자체적으로 하나의 공통의견을 내도록 한다면, 그러한 의사의 통합·조정 작업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고, 신속하고 능률적인 의사 진행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회정치의 발달과정에서 의회내의 교섭단위별 활동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한편, 국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수렴하여 입법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법률안으로 구체화하는 일은 국회의원 개개인보다 그들의 결사체인 정당 등 교섭단체가 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나아가 원내에서도 법률안을 발의하는 데에는 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점(국회법 제79조 제1항), 이를 심의하기 위한 의사일정에 관하여 교섭단체 간의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 점, 법률안 심의는 주로 본회의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상임위원회 수가 17개에 달하는 점(같은 법 제37조 제1항), 법안이 의결되기 위하여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점(같은 법 제109조)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일정수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교섭단체가 입법활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입법활동의 활성화와 효율화를 이루기 위하여는 우선적으로 교섭단체의 전문성을 제고시켜야 하며, 교섭단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공무원 신분인 정책연구위원으로 임용하여 그 소속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보좌하도록 할 필요성이 발생하므로 교섭단체에 한하여 정책연구위원을 배정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로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2. 재판관 2인의 각하의견
국회법 제34조 제1항은 국회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섭단체에 정책연구위원을 두어 교섭단체 소속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하게 하는 것이므로, 교섭단체에 소속되지 아니한 국회의원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국회의 교섭단체는 국회의원만으로 구성되어 국회의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국회 안의 조직이므로, 국회 밖에 있는 별개의 단체인 정당과는 구별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만이 교섭단체의 구성원으로 될 수 있는 것이고, 국회의원이 아닌 정당원이나 정당은 국회 교섭단체의 구성원도 될 수 없고 교섭단체도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당인 청구인은 국회법 제34조 제1항으로 인하여 평등권 기타의 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3. 재판관 2인의 위헌의견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에서 소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면, 다수에 의해 압도당한 소수는 영원히 소수로 머무를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로의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소수정당의 보호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고,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사도 입법으로써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하여는 입법활동을 보좌하는 전문인력인 정책연구위원을 소수정당에게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정책연구위원의 배정에 있어서 오로지 교섭단체의 구성 여부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의원 20인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게는 정책연구위원을 전혀 배정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소수정당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
이 사건 규정의 불합리한 차별성은 정치자금법이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국고보조금 지급에 있어 교섭단체의 구성 여부만이 아니라 정당의 의석수(5석 이상)나 득표수 비율(100분의 2)도 고려하여 소수정당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정책연구위원 배정에 있어서도 교섭단체 구성 여부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대신에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다른 합리적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국회법 제79조 제1항은 10인 이상의 의원이 의안의 발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이 사건 규정에 비추어보면, 10인 이상 20인 미만의 의원이 소속된 소수정당은 입법의안의 발의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그 입법안의 형성 및 발의를 위한 정책연구위원의 보좌,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므로 이를 합리적 사태라고 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정당을 차별하고 있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이 사건 규정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는 경우에는 정책연구위원 배정의 일반적 근거가 소멸하여 정책연구위원을 전혀 배정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므로, 단순위헌을 선언하는 대신에 이 사건 규정의 잠정적 적용 및 일정 시한 내의 법률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 선언을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