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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대한 선거운동 기획 행위 등의 금지 사건
<헌재 2008. 5. 29. 2006헌마1096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2006. 5. 31.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각각 거주 지방자치단체의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 당선되어 2006. 7. 1.부터 재직하고 있는 자들이다. 청구인들은 초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3기까지 계속 재임할 수 있으므로 다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도 현재의 신분을 유지한 채로 출마할 수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및 제255조 제1항 제10호는 공무원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들은 공직선거법상의 위 조항이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006. 9.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한정위헌의견) : 1(별개의 한정위헌의견) : 2(합헌의견)의 의견으로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하여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재판관 6인의 다수의견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란 공무원이 선거운동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일체의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행위 또는 그 계획을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에 관하여 지시ㆍ지도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하며, 이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조문에 “선거운동”, “기획”, “참여”, “관여”라는 약간의 불명확성을 지닌 구성요건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위 관권선거나 공적 지위에 있는 자의 선거 개입의 여지를 철저히 불식시킴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여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 등을 막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
한편, 공무원의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배제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공익은, 그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내지 영향력 행사만을 금지하면 대부분 확보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반면, 그러한 금지가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공익의 확보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나, 다만 위와 같은 위헌성은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 외에 사적인 지위에서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아니한 행위에까지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한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바, 이로써 공무원인 입후보자와 공무원이 아닌 다른 입후보자,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 비서관, 비서 및 지방의회의원을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사적인 지위에서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차별취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2. 재판관 1인의 별개의 한정위헌의견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공무원이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한 채로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후보자로 되었거나 되고자 하는 공무원(이하 “후보자 공무원”이라 한다)이 자신의 선거에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2호의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로서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후보자 공무원이 자신의 선거에 관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는, 자신의 선거에 관하여 선거운동을 준비하는 행위로서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고, 설사 선거운동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러한 선거운동을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 그 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을 뿐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의 신분을 보유한 채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되고자 하거나 후보자로 된 공무원이 자신의 선거에 관하여 선거운동을 기획하거나 그 기획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25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3.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합헌의견)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행위는 궁극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고 공무원의 업무전념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경우 이외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가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공무원에게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나, 공무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를 할 경우 이를 순전한 사적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고, 설령 이와 같이 볼 수 있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결국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경우 이외의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허용하게 되면, 이것은 공무원의 지위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를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공무원에게도 모두 허용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관여하는 등의 행위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장은 직무의 기능이나 영향력을 이용하여 선거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간의 경쟁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공무원에 비해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히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회의원 등과 지방의회의원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지방자치단체 장은 제외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요구되는 정도에 따른 것이므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인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86조 제1항 제2호와 제255조 제1항 제10호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2004헌바33 결정(2005. 6. 30. 선고)을 이 사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 결정으로 인해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앞으로는 공직 신분을 이용하지만 않는다면 선거운동의 기획․실행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일부 언론은 공무원이 선거운동의 기획․실행에 관여하는 행위를 함에 있어 그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이번 결정이 결국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모두 용인하게 됨으로써 선거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한국일보 2008. 6. 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