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헌마506.hwp 20-1
방송광고 사전심의 사건
<헌재 2008. 6. 26. 2005헌마506 방송법 제32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텔레비전 방송광고에 관하여 방송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로부터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강릉시에서 동해건어물을 경영하는 자인바, 2005. 3. 25. YTN 방송국에 동해건어물의 방송광고를 청약하였으나 위 방송국으로부터 구 방송법 제32조, 방송법시행령 제21조의2 등에 의한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청약을 거절당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구 방송법 제32조 제2항, 제3항, 방송법시행령 제21조의2 등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05. 5.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방송법은 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어 방송광고 사전심의의 주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변경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위헌의견) : 1(별개의견) : 1(헌법불합치의견)의 의견으로 텔레비전 방송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광고도 사상․지식․정보 등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하는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되며, 방송광고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 보호의 대상이 된다. 한편,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를 뜻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에 의하더라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들에 의하면 텔레비전 방송광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는바, 방송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그 업무도, ① 방송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② 방송프로그램 및 방송광고의 운용․편성에 관한 사항, ③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음악유선방송사업자․전광판방송사업자의 허가․재허가의 추천, 승인, 등록, 취소 등에 관한 사항, ④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음악유선방송사업자 및 전광판방송사업자 상호간의 공동사업이나 분쟁의 조정, ⑤ 방송프로그램 유통상 공정거래 질서확립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하여 심의․의결하는 것이며, 일정한 경우에는 그 심의․의결에 있어 문화관광부장관과 합의하거나 정보통신부장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방송위원회의 구성방법이나 업무내용, 업무처리 방식 등을 살펴볼 때, 방송위원회는 행정주체에 해당한다.
한편, 구 방송법 제103조 제2항은, 방송위원회는 방송광고물의 사전심의에 관련된 업무를 민간기구․단체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방송광고의 사전심의 업무를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이하 ‘자율심의기구’라 한다)에 위탁하였는바, 자율심의기구는 민간이 주도가 되어 설립된 기구로 2000년 8월 1일부터 방송광고 사전심의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런데 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율심의기구의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하고 있고, 행정법상 공무수탁사인으로서 그 위탁받은 업무에 관하여 국가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방송위원회는 텔레비전 방송광고의 심의 기준이 되는 방송광고 심의규정을 제정, 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자율심의기구의 운영비나 사무실 유지비, 인건비 등을 지급하고 있는바, 자율심의기구가 행하는 방송광고 사전심의는 방송위원회가 위탁이라는 방법에 의해 그 업무의 범위를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자율심의기구가 행하는 이 사건 텔레비전 방송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한편, 구 방송법 제32조는 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어 방송광고사전심의의 주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나 업무, 업무처리 방식 등은 구 방송위원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현행 방송법을 그대로 둔다면, 이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방송광고 사전심의를 그대로 존치시켜 위헌적인 상태를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법질서의 정합성과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개정된 방송법에 대해서도 위헌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구 방송법 규정과 함께 개정된 방송법 제32조 제2항, 제3항에 대해서도 위헌을 선언하기로 한다.
2. 재판관 1인의 별개의견
헌법 제21조 제1항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출판이 인간의 의사와 사상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발현하고 증진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 제21조 제2항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와 검열을 금지하는 이유는 언론․출판이 공권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다양한 의사를 공표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토론과 여론 형성을 통하여 진실되고 올바른 민주사회를 구현하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허가와 검열을 금지하는 언론․출판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표현하고 전파하는 모든 행위와 수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사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여 토론 및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표하거나 전파하는 행위․수단”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텔레비전 방송광고는 말과 글과 영상에 의하여 광고내용을 구성하여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표현행위로, 여기에는 간혹 광고주의 의견이나 사상을 공표하는 것도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사의 하나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표하고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되어 그에 대한 사전검열이 금지된다고 할 것이나, 상업적 방송광고는 영업이나 상품의 홍보와 판매촉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영리적 활동이므로, 전체적으로 영업활동의 자유에 포섭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상업적 광고활동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살펴보면, 이 사건 규정들은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출판”에 해당되는 방송광고도 사전심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 한도에서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방송광고에 대해서는 그 사전심의가 필요한 공익적 사유와 사전심의의 최소한도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규정들은 헌법 제21조 제2항 또는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3.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헌법불합치의견)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를 절대적 사전검열금지 원칙으로 보아 사전검열에 의한 언론·출판의 자유의 제한은 법률로써도 허용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언론·출판에 대하여 절대적이고 경직적인 사전검열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사전검열이 허용될 경우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 아니라 행정기관이 권력을 남용하여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하고 무해한 여론만을 조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시대의 변천과 과학의 발달로 표현의 자유를 매개하는 수단의 범위가 종래 ‘언론·출판’의 개념으로부터 추론하거나 상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절대적 사전검열금지 원칙의 경직적 적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사전검열행위’ 자체의 범위를 한정하여야 할 뿐 아니라, 절대적 사전검열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표현매체와 표현행위도 우리 헌법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진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로 제한하여야 한다. 그런데 상업적 언론은 영리동기에 의하여 추동되기 때문에 다른 언론매체에 비하여 장래 위축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인바, 상업광고에 대하여는 절대적 사전검열금지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이 사건 상업광고의 사전심의를 담당하는 자율심의기구는 행정기관성을 부인하기 어려운바,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사업자나 광고회사의 수준을 고려할 때, 민간인만으로 자율심의기구를 구성하고 운영하도록 한다 하여도, 이 사건 규정들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들이 사전심의기구의 구성과 운영에 공권력을 개입시킨 점에 있어서는 수단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규정들은 텔레비전 상업광고 전부를 일률적으로 사전심의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초과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규정들의 일정 부분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배되지만, 위 규정들 내에 합헌부분과 위헌부분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함으로써 후속 입법에 의하여 이 사건 규정들 중 위헌적 부분을 제거하도록 함이 타당하다.
【사후경과】
이 결정이 선고되자 언론은, 그동안 한국광고주협회를 비롯한 광고계는 방송광고에 대한 법적인 사전심의를 폐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고 전하면서, 영화와 음반에 이어 이번 방송광고 사전심의까지 위헌 선고를 받게 됨으로써 주요 표현 장르에 대한 사전 검열은 모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광고주협회 등은 이번 결정으로 방송광고시장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정부의 법적 사전심의가 사라져 민간의 자율심의체제가 확립될 수 있게 되었다고 결정을 환영했고, 방송광고의 사전심의 주체이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광고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속히 방송광고 사후심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2008. 6. 26.자 연합뉴스, 6. 27.자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