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헌마1010등.hwp 20-2
태아성별고지금지 사건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2005헌바90(병합)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 위헌확인>
이 사건은, 태아의 성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부모의 태아성별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1. 2004헌마1010 사건
청구인은 2003. 3. 23. 청구외 이○연과 결혼하여 2003. 4.경 혼인신고를 마쳤고, 위 이○연이 2004. 5.경 임신하여 2004. 12. 23. 초음파검사를 받음에 있어 의사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담당의사는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하여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으로 인하여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의료법 규정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출산을 한달 정도 앞둔 2004. 12.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5헌바90 사건
청구인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1999년경부터 서울 동작구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2005. 5. 4. 청구인이 3차례에 걸쳐 산모인 최○경에게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여 주어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에 대하여 의사면허자격정지 6월을 명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을 상대로 하여 위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2005구합16857)하고, 그 재판 계속중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바, 위 법원은 2005. 10. 5. 위 자격정지처분취소청구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러자 청구인은 2005. 11. 4. 의료법 제19조의2 등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2005. 10. 18. 서울고등법원에 항소(2005누24386)하여 현재 소송 계속중에 있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헌법불합치의견 5인, 단순위헌의견 3인) : 1(합헌의견)의 의견으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를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하여, 이 규정들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와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 의견
가. 이 사건 규정의 태아 성별 고지 금지는 낙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다. 그런데 임신 기간이 통상 40주라고 할 때, 낙태가 비교적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반면에, 낙태를 할 경우 태아는 물론,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여 낙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도 있는데, 성별을 이유로 하는 낙태가 임신 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 사건 규정이 낙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임신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태아의 부모에게 알려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태아의 생명에 대한 침해의 염려가 거의 제기되지 않는 임신후반기 낙태 불가능 시기 이후에도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여 의사의 자유로운 직업수행을 제한하고, 임부나 그 가족이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해 접근하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요구되는 법익균형성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나. 국회는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의료법을 전부 개정하여 위 제19조의2 제2항을 제20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이 규정 역시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들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태아의 성별 고지 금지에 대한 근거 규정이 사라져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이에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입법자가 2009. 12. 31.을 기한으로 새 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잠정 적용하며,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은 이미 개정되어 효력을 상실하고 있지만, 2005헌바90 당해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여전히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당해사건과 관련하여 그 적용을 중지하고, 국회가 의료법 규정을 개정하면 그 개정법률을 적용하여야 한다.
2.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단순위헌 의견
이 사건 규정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일반적 인격권으로부터 나오는 부모의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 이외에도 부모의 태아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제한한다.
한편, 이 사건 규정의 입법목적은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하여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제269조와 제270조에서 낙태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낙태를 금지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위 형법 규정들에 의하여 충분히 달성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태아의 성별 고지 행위 금지에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설정한 것은 그 자체로서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태아 성별고지 금지제도는 그 제도 자체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는 위헌인 제도이므로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제도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켜야 한다.
3. 재판관 이동흡의 의견
2004헌마1010 사건의 경우, 태아의 성별은 태아의 부모의 의사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이므로, 태아의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를 출산 이전에 미리 확인할 자유가 있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장래 가족의 일원이 될 태아의 성별에 대하여 미리 알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호기심의 충족과 태아의 성별에 따른 출산 이후의 양육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는 사실상 이익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으로 인하여 태아의 부(父)인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한편, 2005헌바90 사건의 경우, 임신 후반기에도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임신 후반기의 낙태는 임부의 생명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므로, 태아의 생명보호와 성비의 불균형 해소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임신 기간 전 기간 동안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 등과 같은 공익의 중대성에 비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으로 인한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 정도는 극히 미미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사후경과】
이 결정이 선고되자 언론은, 이 결정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결정으로서 1987년 태아성별고지가 금지된 이래로 21년만에 합법적으로 임신중에도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전의 전면적인 태아성별고지금지제도하에서는 태아의 생명 보호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의료인이나 태아 부모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었으나, 이 결정으로 인해 임신 후반기에 들어서는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됨으로써 의료인이나 태아 부모의 기본권도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논평했다.
이 결정과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는, 태아의 성별은 산모와 가족에게 중요한 정보이고, 이를 감별․고지하는 것은 의사의 직업의 자유에 속한다고 하면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와는 달리 종교계와 생명윤리학계에서는 이 결정으로 낙태가 성행하게 될 것을 우려하였다.
한편, 언론들은 앞으로 태아의 성별고지가 일정 기간 이후에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태아의 생명권이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태아의 생명침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강구를 주문했다(2008. 8. 1.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매일경제, KBS, MBC, SBS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