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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중상해 가해자에 대한 공소권 제한 사건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2008헌마118(병합)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로 하여금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 이하 같다.)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관련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경우라도, 신호위반 등 위 법률이 정한 10가지 의무위반(이하, 10가지 의무위반이라고만 한다.)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가해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해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청구인들은 모두 교통사고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인바, 검사가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근거로 공소권없음 결정을 하자,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절차진술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
가. 교통사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 사고발생 경위, 피해자의 특이성(노약자 등)과 사고발생에 관련된 피해자의 과실 유무 및 정도 등을 살펴 가해자에 대하여 정식 기소 이외에도 약식기소 또는 기소유예 등 다양한 처분이 가능하고 정식 기소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가해차량이 종합보험 등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한 무조건 면책되도록 한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
한편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이 OECD 회원국에 비하여 매우 높고, 교통사고를 야기한 차량이 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차량의 운전자에 대하여 공소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한 입법례는 선진 각국의 사례에서 찾아보기 힘들며, 가해자는 자칫 사소한 교통법규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운전자로서 요구되는 안전운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해태하기 쉽고,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 등 사고처리는 보험사에 맡기고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회복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풍조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가 근본적으로 봉쇄된 것은 교통사고의 신속한 처리 또는 전과자의 양산 방지라는 공익을 위하여 위 피해자의 사익이 현저히 경시된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나.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는 교통사고의 중상해 피해자 및 사망사고의 피해자 사이의 차별문제는 교통사고 운전자의 기소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절차진술권이 행사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어 이는 기본권 행사에 있어서 중대한 제한을 구성하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여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자신에게 발생한 교통사고의 유형이 단서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형사재판에서의 진술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역시 우연하게도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중상해 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과 비교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취급을 당한 것이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중상해를 입은 결과,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심각한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경우, 그 결과의 불법성이 사망사고 보다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와 달리 중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 운전자를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그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제한하는 것 또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취급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를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는 교통사고의 중상해 피해자 및 사망사고의 피해자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있어서 달리 취급한 것은,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2.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동차 운전이 일상에 있어 필수적인 상황임을 고려하여 운전자로 하여금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는 한편,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10가지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중상해인지 여부를 명백히 판단하기 어렵고,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정도는 운전자의 과실 정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나이, 성별, 부상부위, 신체적 특이성 등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과 통일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사후경과】
자동차보험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에 관한 주의를 강화해 사고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판례, 외국 입법례, 학설 등을 참고해 중상해의 기준(뇌 또는 주요 장기에 대한 중대한 손상, 사지절단 등 신체 중요 부분의 상실ㆍ중대 변형 또는 시각ㆍ청각ㆍ언어ㆍ생식 기능 등 중요 기능의 영구적 상실, 후유증으로 인해 중증의 정신장애나 완치 가능성이 희박한 중대 질병이 발생한 경우 등)을 제시했으나, 경찰은 위 기준도 여전히 불명확하여 법적용에 혼란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연합뉴스 2009. 2. 27.자).
경찰청이 이 결정 이후 2월 26일~3월 4일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집계한 결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은 총 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8건)보다 2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부상사고는 6047건으로 지난해(6598건)보다 8.3% 감소했고 전체 단순사고 발생 건수는 3914건으로 집계돼 지난 해보다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매일경제 2009. 3. 6.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