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헌마618.hwp 21-1
표준어 규정 제1장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
<헌재 2009. 5. 28. 2006헌마618 표준어 규정 제1장 제1항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는 표준어 규정 제1부 제1장 제1항에 대하여는 공권력 행사성이 없어 부적법 각하 판단을 하고,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표준어 규정에 맞추어 작성하도록 하며,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 표준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조항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및 학부모들, 그리고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여 공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다. 표준어 규정(1988. 1. 19. 문교부 고시 제88-2호) 제1부 제1장 제1항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고,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표준어 규정에 맞추어 작성하도록 하며, 제18조는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 표준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이와 같은 표준어 규정 및 국어기본법 조항들이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및 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2006. 5. 23.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표준어를 정의하고 있는 표준어 규정 제1부 제1장 제1항 등 부분은 심판청구를 각하하고(전원일치),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표준어 규정에 맞추어 작성하도록 하며,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 표준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는(7:2, 2인 재판관의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법정의견
가. 이 사건 표준어 규정에 대한 부분(전원일치 부분)
이 사건 표준어 규정은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인바, 이는 표준어의 개념을 정의하는 조항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법적 효과를 갖고 있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의 자유나 권리를 금지․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등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 국어기본법 조항(공문서 및 교과서의 작성에 관한 규율) 부분
국민들은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언어의 통일성에 대하여 일정한 신뢰를 가지고 있고, 공문서에 사용되는 국어가 표준어로 통일되지 않는 경우 의사소통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불가결한 규율이다.
또한, 교과용 도서에 관하여 규율하는 부분에 관하여 보면, 교과용 도서의 경우 각기 다른 지방의 교과서를 각기 다른 지역의 방언으로 제작할 경우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표준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이는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공익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규율이다.
국어기본법 조항들은 이 사건 표준어 규정에 따른 표준어의 범위를 그 규율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서울의 역사성, 문화적 선도성, 사용인구의 최다성 및 지리적 중앙성 등 다양한 요인에 비추어 볼 때, 서울말을 표준어의 원칙으로 삼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고, 또한 서울말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므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표준어 규정은 1970년대부터 1988년에 이르기까지 국어심의회 등을 통한 다양한 국어학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공동노력에 의하여 성안되었다. 이와 같이 형성된 이 사건 표준어 규정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사법적인 심사는 가급적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국어기본법 조항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지역어 가운데 특정 지역어를 표준어로 정하는 경우 그 지역 이외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상당한 위축을 가져온다. 국어의 표준화와 교육의 질적․양적인 성장, 매스컴의 발달 등을 통하여 오늘날 전국적인 방언 차이는 국민적 의사소통에 별다른 어려움을 주지 않을 만큼 약화되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현재의 언어 환경에 비추어 볼 때, 과거의 기준을 엄격하게 고수함으로써 표준어의 기준이 보수적이고 타성적인 규범으로서 작용하도록 한다면 오히려 표준어와 우리 언어의 발달을 저해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서울 이외 지방의 각 지역어도 각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역사적․문화적․정서적인 창조물일 뿐만 아니라 누대에 걸쳐 전승된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다.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 각 지역의 지역어는 해당 지역어 사용자들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정서와 감정표현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지역어 모두를 표준어의 범위에서 배제해 해당지역민에게 문화적 박탈감을 주는 것은 표준어 선정의 합리적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서울지역의 언어라고 하는 기준은 표준어의 범위로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기준이 되는 범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좁고 획일적인 기준으로서, 국민의 문화적 통합에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이 기준은 서울 이외 지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서울말’이라고 하는 기준만으로써 표준어의 범위를 결정하고 이 표준어만을 교과서와 공문서에 쓰도록 강제하는 것은 청구인을 비롯한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관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사후경과】
청구인들은 지역방언을 보존하고자 하는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회원들로서 서울 지역의 말이 중심이 된 표준어 체계를 전국 각지의 말이 고루 반영된 형태로 고치자고 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결정을 전후하여 표준어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시행하고, 지역어 보존을 위하여 더욱 많은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는 다양한 여론이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