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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2010헌바70·132·170(병합) 구 헌법 제53조 등 위헌소원 별칭 :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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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 사건

<헌재 2013. 3. 21. 2010헌바70·132·170(병합) 구 헌법 제53조 등 위헌소원>

 

이 사건은 제4공화국 헌법(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유신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 등에서 재판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발령된 과거 1970년대의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1) 구 헌법(1972. 12. 27. 헌법 제8호로 개정되고,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는 국가긴급권의 하나로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을 부여하고 긴급조치를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배제하였다.

당시 대통령은 헌법 개정 주장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등의 내용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를 제정하였다.

(2) 청구인 오종상은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1974. 1. 8.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로 제정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2호’라 한다)에 의하여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1974. 1. 8.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로 제정되고, 1974. 8. 23. 대통령긴급조치 제5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1호’라 한다) 위반으로 징역 등의 형을 선고받았다.

위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를 하고, 긴급조치 제1호, 긴급조치 제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0. 2. 3.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당해사건 법원은 위 청구인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였고, 2010. 12. 16.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 위반의 점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0도5986).

(3) 나머지 청구인들은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고 한다) 위반으로 징역 등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심청구를 하였고,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제9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0. 2. 16.과 2010. 4. 14. 헌법소원심판들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이 사건 심판대상은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1974. 1. 8.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로 제정되고, 1974. 8. 23. 대통령긴급조치 제5호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동 제4호의 해제에 관한 긴급조치’로 해제된 것)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전 1, 2, 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언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부칙

7. 이 조치는 1974년 1월 8일 17시부터 시행한다.

 

○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1974. 1. 8.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로 제정된 것)

1. 대통령긴급조치에 위반한 자를 심판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한다.

명 칭 소 재 관할

비상고등군법회의 국방부본부 전국

비상보통군법회의 국방부본부 전국

2. 비상군법회의는 대통령긴급조치를 위반한 자가 범한 일절의 범죄를 관할, 심판한다.

3. 비상군법회의의 심판권은 심판부에서 행한다.

4. 비상고등군법회의에 심판부 1부를 둔다. 심판부는 다음과 같은 7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

① 재판장 : 국군현역장관급장교 1인.

② 법무사 : 군 법 무 관 1인.

③ 심판관 : 국군현역장관급장교 2인과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3인.

5. 비상보통군법회의에 심판부 3부를 둔다. 심판부는 다음과 같은 5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

① 재판장 : 국군현역장관급장교 1인.

② 법무사 : 군 법 무 관 1인.

③ 심판관 : 국군현역장관급장교 1인과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2인.

6. 비상고등군법회의와 비상보통군법회의에 검찰부를 각 부치한다. 각 검찰부의 관할은 각 비상군법회의의 관할에 의한다.

7. 비상고등군법회의 검찰부에는 3인 이내의 검찰관을, 비상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는 12인 이내의 검찰관을 각 둔다.

8. 비상군법회의 검찰관은 비상군법회의 관할사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권한과 직무를 행한다.

① 검찰청법, 형사소송법과 군법회의법에 의한 검사와 군검찰관의 권한과 직무.

② 일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감독.

③ 검사 또는 군검찰관에 대한 수사협조요구.

9. 비상군법회의의 재판관과 검찰관은 국방부장관의 의견을 들어 국군현역장관급장교와 군법무관 중에서, 법무부장관의 의견을 들어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대통령이 각 임명한다. 이 경우 검찰관은 군법무관과 검사 중에서 임명한다.

10. 중앙정보부장은 비상군법회의 관할사건의 정보, 수사 및 보안업무를 조정, 감독한다.

11. 이 긴급조치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군법회의법을 준용한다. 이 경우 비상고등군법회의는 국방부본부고등군법회의로, 비상보통군법회의는 국방부본부보통군법회의로 본다. 다만, 군법회의법 제132조, 제238조, 제239조 및 제241조의 규정은 준용하지 아니하며 구속기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12. 비상군법회의 관할사건에 관하여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함에 있어서 관할관의 영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검찰관이 이를 발부한다.

13. 심판 또는 수사상 필요한 때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에 대하여, 검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적당한 조건을 붙이거나 감호자를 두어 병원, 주거, 기타 일정한 장소에 거주하도록 주거의 제한을 명할 수 있다. 이 주거제한명령에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14. 비상고등군법회의 관할관은 법무부장관과 협의하여 비상군법회의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15. 고등법원 또는 지방법원은 그 법원에 계속중인 대통령긴급조치에 위반한 자에 대한 형사사건을 그 법원에 대응한 심급의 비상군법회의에 이송하여야 한다.

부칙

16. 이 긴급조치는 1974년 1월 8일 17시부터 시행한다.

 

○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1.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 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2.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3. 재산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될 재산을 국외에 은익 또는 처분하는 행위를 금한다.

4. 관계서류의 허위기재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의 허가를 받거나 국외에 도피하는 행위를 금한다.

5.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범행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명령이나 조치를 할 수 있다.

가. 대표자나 장에 대한 소속임직원·교직원 또는 학생의 해임이나 제적의 명령.

나.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다. 방송·보도·제작·판매 또는 배포의 금지조치.

라.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마. 승인·등록·인가·허가 또는 면허의 취소조치.

6.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은 이 조치에 저촉되더라도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 발언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7.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8.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9. 이 조치 시행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의 죄를 범한 공무원이나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 또는 동법 제5조(국고손실)의 죄를 범한 회계관계직원 등에 대하여는, 동법 각조에 정한 형에, 수뇌액 또는 국고손실액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

10. 이 조치위반의 죄는 일반법원에서 심판한다.

11.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12. 국방부장관은 서울특별시장·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13.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부칙

14. 이 조치는 1975년 5월 13일 15시부터 시행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이 사건 긴급조치들에 대한 위헌심사권한

헌법 제107조 제1항, 제2항은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는 규범의 위헌여부를 심사할 때,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하위 규범인 ‘명령·규칙 또는 처분’ 등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는 대법원이 그 심사권한을 갖는 것으로 그 권한을 분배하고 있다. 이 때 ‘법률’인지 여부는 그 제정 형식이나 명칭이 아니라 규범의 효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법률’에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물론이고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모두 포함된다.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 여부 심사권한도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

 

2. 이 사건 긴급조치들에 대한 위헌심사 준거규범

가. 헌법 전문은 1948. 7. 12. 제정된 제헌헌법 이래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동일성과 연속성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헌법으로서의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현행헌법뿐이다. 유신헌법 일부 조항과 긴급조치 등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였다는 반성에 따라 헌법을 개정한 국민의 의사, 국민의 기본권의 강화·확대라는 헌법의 역사성,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은 헌법이 내포하고 있는 특정한 가치를 탐색·확인하고 규범적으로 관철하는 작업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현행헌법이다.

나.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긴급권의 행사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고, 사법심사 배제조항은 근대입헌주의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 기본권보장 규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에 관한 규정 등 다른 헌법 조항들과 정면으로 모순·충돌되며, 현행헌법이 반성적 견지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긴급명령에 관한 규정(제76조)에서 사법심사 배제 규정을 삭제하여 제소금지조항을 승계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에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의 적용은 배제되고, 현행헌법에 따라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성을 다툴 수 있다.

 

3.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의 위헌 여부

가. 우리 헌법의 전문과 본문의 전체에 담겨 있는 최고 이념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입헌민주헌법의 본질적 기본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기타 헌법상의 여러 원칙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전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에 해당한다. 무릇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 국민이 정치적 생각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의견이 같은 세력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나 규범의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다. 당시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국민이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적 의사표시나 개헌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제시 등을 특정 시기에 집약적이고 집합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으로서 대처하여야 할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라.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판단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마. 계엄이나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법치주의적 질서 아래에서 행사되는 정상적인 헌법보호수단에 의해서는 제거할 수 없는 전쟁, 사변, 천재·지변 등과 같은 비상사태(긴급사태)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비상사태에 대한 판단을 국가원수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그 행사의 목적이 국가의 존립 내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국가긴급권은 일시적인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하고 예외적인 조치이므로 반드시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에 한정되어야 한다. 긴급조치 제1호 및 제2호는 국민의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통제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이어서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이 점에서도 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바. 모든 국민은 헌법의 개정논의를 포함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견과 정치사상을 외부에 표현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자유민주적 헌법의 근본가치이자 민주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부정적인 견해 표명 자체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긴급조치 제1호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최고 수준의 명확성이 요구되며, 이러한 조치는 개별적인 표현행위의 시간·장소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실제로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반대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중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필요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비상군법회의에서 재판하여 처벌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표현의 자유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여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의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국민투표권,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가.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할 염려’는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존하는 위기상황이고, ‘북한의 남침 가능성의 증대’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상황인식만으로는 긴급조치를 발령할 만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기존 헌법질서 속에 규정된 통상적인 권력작용의 방식으로는 결코 대처할 수 없는 비상적인 국가위기상황이 현존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통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때에만 비로소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는 1975. 5. 13. 선포되어 1979. 12. 8. 해제될 때까지 무려 4년 7개월 동안 존속하였고, 이는 유신헌법이 존속하였던 약 7년의 기간 중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매우 긴 기간이다. 이는 긴급조치 제9호가 타개해야 할 급박한 국가위기, 즉 북한의 남침 가능성 증대라는 것이 실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 왔고 앞으로도 통일이 될 때까지 혹은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끊임없이 대면해야 할 일상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 중 하나였을 뿐임을 방증한다.

나.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정을 주장하거나 청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9호는 이에 대한 국민의 일체의 행위를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을 할 염려가 급격히 증대된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총화, 국론을 통일, 국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추는 대처’를 저해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통일된 국론의 존재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전체주의 사회에서 주로 상정하는 것으로,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총화를 공고히 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진정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긴급조치 제9호는 국민총화와 국론통일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정치적 의사를 내란이나 변란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허용될 수 없으나, 이는 통상적인 헌정질서 하에서도 금지되는 행위들이므로, 별도의 국가긴급권을 발동할 필요도 없이 형법 등 관련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규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긴급조치 제9호는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라. 긴급조치 제9호에서도 유신헌법의 제·개정 논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와 같은 이유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긴급조치 제9호는 나아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학생의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행위자의 소속 학교나 단체 등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하여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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