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통합진보당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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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사건으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명하고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원직을 상실시키기로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통합진보당(피청구인, 대표 이정희)은 2011. 12. 13.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 주도 하에 설립된 조직인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가 신설합당 형식으로 창당한 정당이다.
(2) 통합진보당은 2012. 4. 11.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 13석을 획득하였으나(지역구 7인, 비례대표 6인), 그 직후 비례대표 부정경선 및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논란 등이 발생하면서 내부 분열이 발생하였고, 2012년 9월경 국민참여당계 및 진보신당계가 탈당하였다. 한편, 2013. 9. 25.에는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인 이석기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3) 대한민국 정부(청구인)는 2013. 11. 5.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같은 날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해산 및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구하는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및 만약 해산결정을 선고할 경우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
정당해산심판제도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처분에 의해 진보적 야당이 등록취소되어 사라지고 말았던 우리 현대사에 대한 반성의 산물로서 제3차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에 도입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제도는 발생사적 측면에서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성격이 부각된다. 따라서 모든 정당의 존립과 활동은 최대한 보장되며, 설령 어떤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정당으로서 존재하는 한 헌법에 의해 최대한 두텁게 보호되므로, 단순히 행정부의 통상적인 처분에 의해서는 해산될 수 없고, 오직 헌법재판소가 그 정당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해산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에만 정당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정당이 이 민주주의 체제를 공격함으로써 이를 폐지하거나 혹은 심각하게 훼손시켜 그것이 유명무실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로서 정당해산심판제도의 필요성 역시 인정된다.
2. 정당해산의 사유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당해산심판의 사유와 관련하여 이 규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문제된다.
(1)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의 의미
‘정당의 목적’이란, 어떤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이나 지향점 혹은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획 등을 통칭한다. 이는 주로 정당의 공식적인 강령이나 당헌의 내용을 통해 드러나겠지만, 그 밖에 정당대표나 주요 당직자 등의 공식적 발언, 정당의 기관지나 선전자료와 같은 간행물, 정당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거나 정당의 이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당원들의 행위 등도 정당의 목적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정당의 진정한 목적이 숨겨진 상태라면 이 경우에는 강령 이외의 자료를 통해 진정한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한편 ‘정당의 활동’이란, 정당 기관의 행위나 주요 정당관계자, 당원 등의 행위로서 그 정당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활동 일반을 의미한다.
동 조항의 규정형식에 비추어 볼 때,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중 어느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 정당해산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2) “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
헌법 제8조 제4항이 의미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국민주권의 원리,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제도, 복수정당제도 등이 현행 헌법상 주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3) “위배될 때”의 의미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해산심판의 사유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불가결한 요소인 정당의 존립을 제약해야 할 만큼 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4) 비례원칙 준수
강제적 정당해산은 헌법상 핵심적인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제한이므로,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한 결정을 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의 내용, 침익적 국가권력의 행사에 수반되는 법치국가적 한계, 나아가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최후수단적 성격이나 보충적 성격을 감안해야만 한다. 따라서 헌법 제8조 제4항의 명문규정상 요건이 구비된 경우에도 해당 정당의 위헌적 문제성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수단이 없고, 정당해산결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당활동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과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는 사회적 불이익을 초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경우에 한하여 정당해산결정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3.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서 남북한 대립상황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
대한민국은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적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으로 선포되어 있고, 그로부터 체제 전복의 시도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인데, 우리의 민주적 기본질서도 궁극적으로 대한민국과 동일한 운명에 있다. 따라서 남북이 대립되어 있는 현재 한반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우리는 입헌주의의 보편적 원리에 더하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여러 현실적 측면들, 대한민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공유하는 고유한 인식과 법 감정들의 존재를 동시에 숙고할 수밖에 없다.
4.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가치 내지 이념적 지향점은 ‘진보적 민주주의’다. 그런데 ‘진보적 민주주의’의 개념은 시대적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고, 정당이 추구하는 바는 사실상 정당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세력의 이념적 성향 및 지향점과 상통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강령 등의 문언적 의미 외에 그 도입경위, 현재 피청구인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의 이에 대한 인식 및 이념적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청구인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당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가 통합하여 창당되었는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내 지역조직이었던 경기동부연합, 부산울산연합, 광주전남연합 등을 대표하는 이른바 자주파 계열의 사람들이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을 주장하거나 지지하였고, 피청구인 창당도 주도하였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들(이하 ‘피청구인 주도세력’이라 한다)은 국민참여당계 등 자신들을 견제하던 세력들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및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을 원인으로 탈당한 후 그들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당을 주도하여 왔는데, 과거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 이적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간첩단인 일심회 등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여 활동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형성과정, 대북자세, 활동경력, 이념적 동일성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피청구인의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건대,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우리 사회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로 보고, 이러한 모순이 국가의 주권을 말살하고 민중들의 삶을 궁핍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대안체제이자 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단계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강령적 과제로 민족자주(자주), 민주주의(민주), 민족화해(통일)를 제시하면서, 최종적인 강령적 과제인 연방제 통일을 통한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남한에서 민중민주주의변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통일’과 ‘민주’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주’를 선차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방안으로 선거에 의한 집권과 저항권에 의한 집권을 설정하면서, 필요한 때에는 폭력을 행사하여 기존의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종합하면,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강령상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2) 북한은 2011. 12. 17. 김정일의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이후 2012. 12.경부터 대남 군사도발 위협을 점증적으로 고조시켜 왔는데, 2012. 12. 12.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013. 2. 12. 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으며 2013. 3. 5. 정전협정 폐기 선언을 하였다. 이어 북한은 2013. 3. 26. 1호 전투근무태세진입을 발표하였고, 2013. 4. 5.과 같은 달 9. 평양주재 외국대사, 주한 외국인 등에게 전쟁 임박을 이유로 출국을 권고하였으며, 2013. 5. 7. 서해 5개 섬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2013. 5. 18.부터 5. 20.까지 동해안 일대에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였다. 한편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이석기를 비롯한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들은 2013. 5. 10. 및 5. 12.,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그 수장인 이석기의 주도 하에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을 실행하고자 내란관련 회합들을 개최하였고, 위 회합에는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5명 중 3명과 그 보좌관 및 피청구인의 중앙위원이나 대의원 등 130여명이 참석하였는데 그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피청구인 당내 지위, 이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옹호 태도 등을 종합할 때, 위 회합들은 피청구인의 활동으로 귀속된다.
또한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은 피청구인의 당원들이 토론과 표결에 기반하지 않고 폭력적 수단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 한 것으로서 당내 민주적 의사형성을 왜곡하고 선거제도를 형해화하여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한편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위와 같은 내란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위와 같은 사정과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피청구인을 장악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들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4)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한 계급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또한 피청구인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민항쟁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한편 내란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피청구인의 활동들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내란관련 사건 등 앞서 본 피청구인의 여러 활동들은 그 경위, 양상,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성향, 구성원의 활동에 대한 피청구인의 적극적인 옹호?비호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에 기초하여 일으킨 것으로서, 향후 유사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피청구인이 폭력에 의한 집권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여러 활동들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5.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이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에 내포된 중대한 위헌성,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려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 피청구인 구성원에 대한 개별적인 형사처벌로는 정당 자체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 등 해산 결정 외에는 피청구인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 점, 그리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민주주의의 다원성 보장이라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한 피청구인의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제약이나 다원적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6. 정당해산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경우에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데에 있는데 해산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는 경우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정당해산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이 있는 경우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은 당선 방식을 불문하고 모두 상실되어야 한다.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 요지】
1.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민중주권’은, 주권 독점의 특권적 현상을 타파하고, 지금껏 정치?경제적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계급?계층의 주권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 국민주권의 원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민생 중심의 자주자립경제체제’는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복지?정의 실현을 위한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위한 경제적 토대가 되는 사유재산권이나 경제활동의 자유를 박탈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코리아연방제’는 체제통일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통일국가를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피청구인이 종국적으로 추구하는 통일국가의 상은 코리아연방제 통일안에 나타나 있지 아니하다. 그 밖에 국가보안법 폐지 등 피청구인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된 여러 현안에 대한 하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피청구인의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정한 집단의 주권을 배제한다거나 기본적 인권을 부인하고 나아가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주노동당 시기 강령에 도입된 것인데, 그 도입과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를 반영하는 광의의 사회주의 지향성을 드러낸 것으로서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남미의 모델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대중투쟁을 동력으로 한 선거승리’나 ‘원내외 통합전략’은 궁극적으로 선거에 의한 집권 추구, 군소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 폭력 사용을 용인한 것이라거나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의 수단인 통일전선전술을 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나 피청구인의 주도세력이 북한 체제를 추구하고, 대한민국체제를 전복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에서 피청구인에 이르는 분당과 창당 및 재분당 과정을 종합하여 보면, 민주노동당 내 자주파의 대북정책이나 입장이 우리 사회의 다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주파의 노선 자체가 주체사상에 기초한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나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에 기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 피청구인 내부에 자주파 또는 이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비중이 더 커졌다고 하여, 그것이 곧 과거 민주노동당 구성원 가운데 종북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이 피청구인에 남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 구성원 가운데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 조직원이나 하부 조직원 또는 관계자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직접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판결에서 조직원으로 언급된 단지 몇 명에 불과하고, 그 중 이○기와 그 지지자들이 이념적 통일성을 가진 조직을 형성하여 피청구인을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 밖에 청구인 주장에 의할 때 피청구인을 주도하고 있다는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경남연합이 과거 민족민주혁명당 또는 그 조직원 등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현재 어떤 이념을 공유하거나 지지하여, 통일적으로 단결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피청구인과 북한의 직접적인 연계는 전혀 입증되지 아니하였다.
피청구인이 대안체제의 수립이나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폭력적 수단이나 그 밖에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추구하려 한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피청구인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2) 피청구인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2013. 5. 10. 및 5. 12. 각 모임과 그 모임들에서 이루어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단순히 언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것이나, 그와 같은 활동은 피청구인 전체의 기본노선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피청구인이 그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그러한 활동으로부터 기본노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이를 피청구인 정당 전체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
한편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의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청구인 전체가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활동들을 제외하면 피청구인은 다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정당활동을 영위하여 온 점, 그간 우리 사회가 산발적인 선거부정 행위나 정당 관계자의 범죄에 대하여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당해 정당의 정치적 책임의 문제로 이를 해결하여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활동들이 피청구인 자신의 정치적 기본노선에 입각한 것이거나, 거꾸로 피청구인의 기본노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이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데 반하여 그로 인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야기되는 해악은 매우 심각하므로, 정당해산결정은 그러한 이익이라도 긴절하게 요구되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후적이고 보충적으로 선고되어야 하는데, 피청구인 소속 당원들 중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사처벌 등을 통해 그러한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는 점,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데 지방선거 등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론 영역에서 이미 피청구인에 대한 실효적인 비판과 논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이 피청구인의 대다수 일반 당원들에게 가하게 될 사회적 낙인 효과, 그리고 현격한 국력차를 비롯한 오늘날 남북한의 변화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요지】
피청구인은 피청구인 강령상 사회민주주의적 내용을 제시하면서 진보적 민주주의에는 문언에 나타난 내용 이외에 숨겨진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것이며, 그들이 ‘현재’ 사회민주주의에서 실시 가능한 내용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여 그들에게 종국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려는 숨겨진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민중주권이 단지 ‘민중’이라는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나, 특정 계층만의 이익 보호를 종국적인 목적으로 삼고 나머지 국민에 대하여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일치하지 않으며, 피청구인의 주도세력이 내세우는 민중주권주의는 인민민주주의국가에서 인민민주주의혁명과 인민민주주의독재를 통해 인민의 주권을 확립한다는 의미로 보일 뿐이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의 범주에 해당하는 계급독재 또는 ‘민중독재’가 실현된 사회를 의미하므로, 피청구인의 최종 목적인 북한식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의 1차(중간) 목적인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민주적 기본질서에 저촉된다.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과 관련하여 보건대, 명칭이 같은 연방제라 하더라도 각기 주장하는 목적과 내용에 따라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달리 판단되는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남북총투표는 변혁의 대상인 수구보수세력 등이 배제된 민중만이 주권자로서 참여하는 투표를 의미하고, 북한에서는 북한식 사회주의체제의 수령과 조선노동당의 의사에 의해 주민의 의사가 결정되므로, 비록 남북 총투표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통일국가를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남북한 주민 전체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소위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채택한 이유로 제시한 내용은 설득력이 없으며,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