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 조항, 이적단체가입 조항, 이적표현물 조항 사건
<헌재 2015. 4. 30. 2012헌바95?261, 2013헌바77?78?192?264?344, 2014헌바241, 2013헌가26, 2015헌가7, 2014헌바100(병합)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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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이적행위, 이적단체가입행위,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중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관한 부분, 제7조 제3항 중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가입한 자’에 관한 부분, 제7조 제5항 중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제청신청인(2013헌가26, 2015헌가7)과 청구인(2012헌바95, 261, 2013헌바77, 78, 192, 264, 344, 2014헌바100, 241)들은 이적행위, 이적단체가입,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람들이다.
(2) 이들은 재판 계속 중 위 조항들 및 반국가단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수원지방법원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2013헌가26, 2015헌가7), 그 외의 법원들은 그 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2헌바95, 261, 2013헌바77, 78, 192, 264, 344, 2014헌바100, 241).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1항(이하 ‘반국가단체 조항’), ② 제7조 제1항 중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행위 조항’), ③ 제7조 제3항 중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가입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단체가입 조항’) 및 ④ 제7조 제5항 중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표현물 조항’)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제7조(찬양?고무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1. 반국가단체 조항에 대한 판단
반국가단체 조항의 반국가단체에 북한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인정 내지 법률조항의 포섭?적용,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현행의 규범통제제도에 어긋나므로, 반국가단체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이적행위 조항에 대한 판단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남?북한 간의 대치상황,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이적행위의 의미가 국론의 분열, 체제의 전복 등을 야기하거나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이 수범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구성요건적 행위인 “찬양”, “고무”, “선전”, “동조” 각각의 의미 역시 불분명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적행위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이적행위 조항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동조세력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미리 방지하고 그들에 의한 국가전복 등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적절한 수단이다.
1991년 이적행위 조항이 개정되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위 조항의 적용범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행위로 제한되었다.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안보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이적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 따라서 이적행위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3. 이적단체가입 조항에 관한 판단
이적단체가입 조항은 단체활동을 통한 국가전복의 위험 등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적단체에 가입하는 행위 자체를 단순한 이적활동에 비하여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적절한 수단이다.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단체는 그 활동이 체계적이고 활동의 파장이나 영향력이 커 언제라도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므로, 단체에 가입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 따라서 이적단체가입 조항은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이적표현물 조항에 관한 판단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이적표현물 조항 중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은 개인적인 사상, 의견, 신념이나 이념 등을 글, 그림 또는 언어 등의 형상으로 나타낸 일체의 물건을 뜻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다는 것은 이적표현물을 자기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두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이적표현물 조항은 표현물의 제작, 유통, 전파 등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안전과 존립,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확보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는바, 이러한 목적에는 정당성이 인정되며,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이적표현물 조항은 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그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이 결코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만으로도 그 표현물의 이적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자매체 형식의 표현물들은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반포가 가능하고 소지?취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파,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하는 행위가 지니는 위험성이 이를 제작·반포하는 행위에 비해 결코 적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조항은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이적표현물의 소지나 취득행위의 위법성이 다른 유형의 행위에 비해 결코 경미하다고 단언할 수 없고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선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적표현물 조항이 소지?취득행위를 제작?반포 등의 행위와 함께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에 대한 1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이적행위 조항의 ‘동조’라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북한이 선전·선동하는 내용 중에서는 그 내용 자체로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볼 수 없는 주장도 있으므로,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에 대한 처벌은 과연 어떠한 내용의 주장까지를 처벌하는 것인지 그 경계를 알기 어렵다. ‘북한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에 합치되는 행위’나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것 역시, 정확히 어떠한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동조행위는 물리적 폭력을 매개로 하지 않는 평화적인 표현행위로서, 찬양·고무·선전행위에 비하여도 훨씬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며, 타인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할 필요도 없는 행위여서 외부적 영향력이 극히 적다. 따라서 반국가단체 등에 대한 동조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주장과 행위로 인한 외부적 위험성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과 행위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우리 사회의 주류적 견해와 다른 불온하고 위험한 견해라는 이유로 특정 사상이나 견해의 표명을 금지하고 억압하는 것으로서,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이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은 구성요건에 관한 엄격한 해석을 도외시한 채 수사기관과 법원이 자의적으로 처벌대상을 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발언을 하더라도 발언자의 과거의 전력이나 평소의 행적 등을 이유로 처벌 여부를 달리할 수 있어 이념이나 사상을 이유로 한 자의적인 차별취급이 가능하게 되고, 위 규정이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이적표현물 조항 중 ‘소지·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한 3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는 그 자체로는 대외적 전파가능성을 수반하지 아니하므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가 이를 유포·전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막연하고 잠재적인 가능성에 불과하고, 유포·전파행위 자체를 처벌함으로써 이적표현물의 유통 및 전파를 충분히 차단할 수 있으므로,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소지·취득행위를 미리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이러한 결론은 이적표현물이 전자매체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사람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인정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불확실하므로, 행위자의 과거의 전력이나 평소의 행적을 통하여 추단되는 이념적 성향만을 근거로 하여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의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위 규정이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조항 중 ‘소지·취득한 자’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