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시신을 생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한 법률 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사건
<헌재 2015. 11. 26. 2012헌마940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위헌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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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사후에 무연고 시신이 되더라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한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최초의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청구인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1962년생의 미혼 여성으로 부모는 모두 사망하고 형제들과는 30여 년간 연락이 두절되어 사실상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2) 청구인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망 후 그 시체를 인수하는 사람이 없으면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은 다음과 같다.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 등) 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인(死因)의 조사와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2. 최근 5년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실적으로 거의 실효성이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실제 의과대학이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대부분 시신기증에 의존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니더라도 의과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
현행 법령은 시신 자체의 제공과는 구별되는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는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식?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 이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후 자신의 시체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됨으로써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사익이 그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 역시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