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죄의 동시범 사건
<헌재 2018. 3. 29. 2017헌가10 형법 제263조 위헌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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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하도록 한 형법 제263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을 표시하여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위헌결정의 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
【사건의 배경】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피해자를 때린 것은 맞지만, 공동하여 폭행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당해사건에서 주장하였고, 피해자는 기소 후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검사는 당해사건 계속 중 ‘피고인 서○○이 피해자의 얼굴을 2회 때리고, 피고인 서○○이 현장을 떠난 후 피고인 김□□가 다시 피해자와 시비를 벌이다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렸다.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폭행이 경합하여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입술 및 코 부위의 찰과상을 가하였다’라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당해사건의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그후 당해사건의 법원은 형법 제263조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63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63조(동시범)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는 그 자체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가해 부위에 상해가 발생하였음에도 상해의 발생 또는 악화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가해행위의 존재라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고,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각 가해행위가 상해의 발생 또는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 계량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고, 피해자의 사망 등 중한 결과를 야기하는 사례도 많다. 입법자는 피해자의 법익 보호와 법률의 위하적 효력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높일 필요성을 고려하여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는 경우를 다른 독립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와 구분하여 가해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심판대상조항을 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독립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 상해의 결과 발생 등 독립한 가해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의 개별 인과관계 이외의 다른 구성요건을 모두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때 검사는 실제로 발생한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가진 가해행위의 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 가해행위의 부위와 상해 부위가 현저히 다른 경우 등과 같이 피고인의 가해행위가 실제 발생한 상해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조차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피고인을 상해죄의 동시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이를 통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는 피고인이 상해죄의 동시범으로 처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피고인도 자신의 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에 개별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가해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가해행위의 태양과 폭력성의 정도,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인의 노력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등을 모두 참작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므로, 가해행위자는 자신의 행위를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이 의도하거나 예상한 상해의 결과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가해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어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인행위가 밝혀지지 아니한 불이익을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권을 가진 검사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권도 없는 피고인에게 인과관계를 입증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매우 불공평하고 부당하며 검사가 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할 위험성마저 초래한다.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된 행위를 판명하기 어려운 것은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의 문제가 아니고, 형법 제19조는 책임주의원칙과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법리에 기인하여 이러한 경우에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수범으로의 처벌은 형에 대한 감경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어서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결과를 야기한 원인행위의 판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다른 범죄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기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독립한 가해행위의 경합은 상대적으로 상해의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높고, 원인행위에 대한 판명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생 빈도도 높아 다른 독립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처럼 미수로 처벌하여서는 법익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처럼 독립행위 모두를 일률적으로 기수로 처벌하는 것은 엄격한 책임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형사법 체계에서 용납되기 어렵다. 다른 독립행위의 경합과 달리 처벌하여야 할 이유가 있다면, 독일 형법 제231조의 ‘싸움에 참가한 죄’처럼 별도의 독립범죄로 규정하여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독립한 가해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누구의 행위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인지를 불문하고 가해행위자는 사실상 상해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는 상해의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는 사람도 원인행위가 판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형법에 관한 헌법상 원칙인 법치주의와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