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등>
이 사건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부터 현행 병역법까지의 병역법 제5조 제1항(이하 모두 합하여 ‘병역종류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위 조항에 대하여 잠정 적용 명령을 하였다. |
【사건의 배경】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현역 또는 상근예비역 입영대상자들이, 각 지방병무청장으로부터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입영기일부터 3일이 경과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의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에 있었는데, 법원은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거부자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있기 전에도 병역거부자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2004. 8. 26. 2002헌가1).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 처벌조항의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보고,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및 남북한 평화공존관계의 정착,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여러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 한정하여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역종류조항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병역종류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들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러한 병역을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복무제가 논의되어 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위와 같이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병역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병역종류조항이 추구하는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대단히 중요하나, 앞서 보았듯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공무원 임용 제한 및 해직,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인가·면허 등 상실, 인적사항 공개, 전과자에 대한 유·무형의 냉대와 취업곤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입법자에 대하여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그로부터 14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관한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사이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하였으며, 법원에서도 최근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사후 경과】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민의 주요 관심은 정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와 사후관리 절차를 마련하고 대체복무의 적절한 기간 및 강도를 정함으로써 현역복무와 대체복무의 형평성을 기하는 것이라고 한다(연합뉴스, 2018. 7.5.)
종교 혹은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도입하여야 할 개선입법의 시한은 2019년 12월 3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