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민법 제16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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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과거사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있어 국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객관적 기산점에 의한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 중 일부(㉠)는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아 1982년 내지 1986년경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 그 가족, 상속인이다. 이들은 2005년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함)에 의해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함)에서 위 사건들에 관한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이후 재심절차에서 기존 유죄판결이 취소되어 무죄로 확정되었다.
청구인들 중 다른 일부(㉡)는 1950년경 국민보도연맹사건으로 경찰 등에 연행되어 집단희생되거나 미군함포사건으로 집단희생된 사람의 상속인이다. 청구인들은 위원회에서 위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결정을 받았다.
이후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법원에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법원에 소멸시효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 또는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과거사정리법은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제1조),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제2조 제1항 제3호) 및 권위주의 통치시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제2조 제1항 제4호)을 그 진실규명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또는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피해자에 해당된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함)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이 사건의 쟁점
헌법은 제23조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28조와 제29조 제1항에서 그 특칙으로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형사사법작용 및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된 국민의 구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관련 기본권의 보호를 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헌법 제28조, 제29조 제1항은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법률에 의해 구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구체적 내용은 입법자가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관한 입법은 단지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상당히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맡겨져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단기간이거나 불합리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심판대상조항들의 원칙적 합헌성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심판대상조항들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주관적 기산점’인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민법 제766조 제1항) 및 ‘객관적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로 정하되, 그 시효기간을 주관적 기산점에 대한 ‘단기소멸시효기간’ 3년(민법 제766조 제1항) 및 객관적 기산점에 대한 ‘장기소멸시효기간’ 5년(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으로 정하고 있다.
민법상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는, ① 법적 안정성의 보호, ②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 ③ 채권자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 보호에 있다. 이와 같은 민법상 소멸시효제도의 존재 이유는 국가배상청구권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타당하고, 특히 국가의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여 예산수립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에 대해 단기소멸시효를 정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이 ‘일반적인’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3.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관한 예외적 위헌성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제4호에 규정된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규정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한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소속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였으며, 사후에도 조작·은폐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소멸시효 법리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이에 2005년 여·야의 합의로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었고, 그 제정 경위 및 취지에 비추어볼 때 위와 같은 사건들은 ‘사인간 불법행위’ 내지 ‘일반적인 국가배상’ 사건과 근본적 다른 유형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위 사건 유형에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위 사건 유형은 국가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사안이므로,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라는 입법취지가 국가배상청구권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②). 또한 국가가 소속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그에 관한 조작·은폐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장기간 저해한 사안이므로, ‘채권자의 권리불행사 제재 및 채무자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 보호’라는 입법취지도 그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③). 따라서 위와 같은 사건 유형에서는 ‘법적 안정성’이란 입법취지만 남게 된다. 그러나 국가배상청구권은 단순한 재산권 보장의 의미를 넘어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 특별히 보장한 기본권으로서,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개인이 가지는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인 점을 고려할 때,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완전히 희생시킬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게 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에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그러나,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의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폐를 통해 진상규명을 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에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4. 결론
그렇다면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청구인들 주장의 주된 요지는 과거사정리법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은 국가권력이 저지른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권과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소멸시효에 관한 일반 조항인 심판대상조항들을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과 같이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조항을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거나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시효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와 다르게 판단한 대법원이나 당해사건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은 잘못된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면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에 불과하다. 결국,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심판대상조항들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부적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