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모독 행위 처벌 사건
<헌재 2019. 12. 27. 2016헌바96 형법 제105조 위헌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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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한 행위(이하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국기모독’이라 한다)를 처벌하는 형법 제105조 중 “국기” 부분은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 배경】
청구인은 2015. 4.경 집회 참석 중 인근에 정차하고 있던 경찰버스의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태극기를 빼내어, 집회 통제 중인 경찰관을 향하여 치켜들고 평소 흡연을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웠다. 검사는 청구인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불태운 것으로 보고 형법 제105조를 적용하여 공소제기 하였다. 그러나 제1심 법원은 청구인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 공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청구인은 제1심 공판절차 계속 중 형법 제105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정 주요내용】
1.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조항은 규제 대상이 무엇인지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규정의 경우에도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언에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요구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인 해석방법에 따라 해당 법률조항의 보호법익과 금지 행위,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대한민국을 모욕’한다는 것은, ‘국가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판대상조항이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 해석방법에 따라 보호법익과 금지 행위,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는 이상,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정체성을 표상한다. 또한, 국기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하고, 국제회의 등에서 참가자의 국적을 표시하고 소속감을 대변한다. 대부분 국민은 국가상징물로서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존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징성과 위상은 비단 공용에 공하는 국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여 국기 훼손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다.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의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기훼손행위를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단순히 경범죄로 취급하거나 형벌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제재하여서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요구함으로써, 범죄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형법 제정 이후 국기모독죄로 기소?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없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국기훼손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법정형도 법관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양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2인 재판관 일부위헌의견 요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국가를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함으로써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훼손은 처벌하되, 그 밖의 국기에 대한 훼손은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공용에 공하는’이란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소는 국가의 목적과 기능을 실현하는 매개이다. 또한, 이들은 관련법령이 정하는 규격과 방법을 준수하여 국기를 관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상징성과 위상이 뚜렷하다. 형법 제109조 외국국기모독죄가 해당 국가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에 대한 훼손 행위만 처벌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본다면, 개인적 일탈로 평가될 만한 상당수 국기 훼손 행위는 처벌범위에서 제외되므로, 표현의 자유를 더 두텁게 보장할 수 있다.
【3인 재판관 위헌의견 요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국기를 훼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어떠한 정치적인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허용된다.
‘모욕’은 넓은 개념이어서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 수반된 ‘비판’을 한 경우도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집권세력에 대한 모욕을 의도한 것이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에 대해서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므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국기모독죄의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법리적 한계가 있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될 필요가 있다. 국기모독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국가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공용에 제공되는 국기에 대해서는 그 훼손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형법상 손괴죄 등을 통하여 처벌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처벌의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