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에 대한 투표보조인 수 제한 사건
<헌재 2020. 5. 27. 2017헌마867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 위헌확인 등>
|
이 사건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에 대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서 활동보조인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청구인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2017. 5. 9. 활동보조인 1인을 동반하여 투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에서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 투표소에 있던 투표관리관이 청구인을 제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과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천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활동보조인 1인만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청구인을 제지한 행위가 청구인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7. 8.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들이 2017. 5. 9.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청구인이 투표보조인으로 지명한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인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지행위’라고 한다)와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 제6항 중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⑥ 선거인은 투표소의 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와 함께 투표소(초등학생인 어린이의 경우에는 기표소를 제외한다)안에 출입할 수 있으며,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절차가 모두 끝났으므로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판대상조항 등이 남아있는 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심판청구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비밀선거의 원칙과 선거권 제한의 한계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 2인에게 투표내용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비밀선거의 원칙은 자유선거의 원칙을 보장하는 전제조건이다. 또한 민주주의 아래에서 선거권은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그 목적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범위를 줄이기 위해, 심판대상조항 대신 투표보조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고 투표보조인을 1인만 동반하는 것을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오히려 투표보조 제도가 활용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를 마련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맞는 선거용 보조기구를 모두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대신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을 2인으로 한정하여 공개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실무상 선거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사무원 중에 추가로 투표보조인을 선정하여 보조하게 한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은 투표보조인이 투표내용을 공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여 그 비밀을 지키도록 강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의 보장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다. 반면 청구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도록 하여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는 피해는 최소화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청구인의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중대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둔 것이고,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투표의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권자의 투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선거의 자유가 확보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은 가장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선거인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스스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투표보조인의 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하고, 2인의 투표보조인에게 투표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여 선거권 행사를 위축시킨다. 실무상 선거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사무원 중에 추가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여 보조하게 하고, 공직선거법이 투표보조인이 투표내용을 공개할 경우 처벌하도록 정하더라도, 선거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낯선 제3자에게 자신의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게 되어 선거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비밀선거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또한 투표보조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투표보조인 1인을 동반하도록 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애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더라도,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맞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 않다.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선거의 자유를 위축시키므로,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은 크지 않다. 반면 투표 내용은 가장 내밀한 정치적 의사이므로, 1인에게 투표내용이 더 공개되는 것도 선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된다. 또한 다수의 장애인들이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이 더 커진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장애인인 유권자가 자기 책임 아래 정치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완결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시혜적 관점에서 2인의 투표보조인의 상호 견제를 통해서만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장애가 없는 유권자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강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청구인의 불이익이 공익보다 더 크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